한국시사경제 윤광희 기자 | 인슐린 주입기 오작동 의심 사고로 발생한 저혈당 쇼크로 뇌 손상이 됐다는 환자 가족의 글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파장이 일고 있다.
‘당뇨병 환우와 함께하는 시민연대(회장 연광인, 이하 시민연대)’ 이준형 사무국장은 3일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인슐린 주입기 오작동 의심 사고로 발생한 저혈당 쇼크로 뇌 손상이 됐다’는 환자 어머니의 글을 제보받았다”라며 “시민연대가 작년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7차례에 걸쳐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등에 지투이 사의 인슐린 주입기 앱 관련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했는데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민연대 회원들은 3일 오전 10시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식약처는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나리 당뇨병 환자의 안전을 위해 시급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환자 어머니가 커뮤니티에 남긴 글에 따르면, 지난 5월 4일, 20대로 추정되는 여성 A 씨는 인슐린 주입기의 오작동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심각한 저혈당 쇼크를 겪었으며, 이로 인해 뇌 손상이 발생하여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어머니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면, 관련 의료사고 의혹의 전말을 알리고,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글에 따르면, “(A 씨는) 강의 도중 저혈로 쓰러지거나 공부하면서 저혈이 지속되어 저혈당을 잡아준다는 디아콘 펌프(지투이 사 인슐린 주입기의 브랜드명)를 서울 B병원에서 했다”라며 “B병원 교수님께서 5월 3일부터 5월 4일(사고 전후 추정)까지의 펌프와 연당기를 검토해보시더니 펌프에는 문제가 없고 펌프에서 주입된 것이 아니라 펜이나 다른 방법으로 '엄청난 양의 인슐린을 들이 부었다'는 표현을 하셨다. 몇 분 만에 200에서 4~50으로 뚝 떨어졌다고”라고 밝혔다.
이어 “밤 11시에 '막힘경고' 후 재개했던 기록이 있었다”라며 “펌프가 막히거나 할 때 펜을 간간 사용했던 터라 유병 기간이 15년이나 되는데 ‘아주 많은 양의 인슐린을 그렇게 넣을 리가 있냐?’는 의문만을 여러 번 했더니 교수님께서는 그야 모를 일이라는 말씀을 하셨죠. 집에는 펜을 사용한 흔적은 없었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당시 A씨는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에서 긴급 처치를 받았으나 뇌 손상이 발생했고 문제의 인슐린 주입기를 처방한 의사는 기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입기에서 기록되지 않은 ‘엄청난 양의 인슐린’이 주입된 정황을 발견했으며, 환자 가족은 이를 펌프 오작동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의 어머니는 “(C재활병원에서) 처음에는 혈당도 안 잡히고 며칠 힘들다가 어느 정도 맞아가는 것 같더니 '막힘경고'가 뜨더라. 줄을 봤더니 꼬여 있어 풀고는 저녁 식사를 위해 주입을 눌렀죠, 그래도 막힘경고가 떴다”라며 “주사기 교체도 하고 그러는데 갑자기 혈당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197에서 116으로 103으로 72로 그리고 45, 그 밑으로... 마치 자동차의 급발진처럼 뚝 뚝 뚝!”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병원이니 바로 포도당을 맞추어 조금 올라가는가 싶다가 저혈당으로 떨어지고 또 포도당으로 올려놓으면 떨어지고.... 펌프를 확인해 봤더니 펌프에 남아 있는 인슐린이 하나도 없었다”라며 “휴대폰 데이터에도 펌프에도 인슐린이 주입됐다는 기록은 하나도 없고 도리어 주입막힘이다. 어제 주사기 교체를 했으니 적잖은 양(200단위 이상)이 남아 있어야 할 인슐린이 주임막힘 상태에서 기록도 없이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양이 들어가 버리니 혈당이 당연히 올라갈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환자가 사용한 지투이 사의 인슐린 주입기에 대한 문제는 이미 작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시민연대는 식약처 첨단제품허가 담당관실과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등 유관 부서에 당뇨병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인허가에 대해 2023년 2월 27일부터 9월 12일까지 7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당뇨병 시민연대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 촉구”
국내에서 생산하는 당뇨병 환자용 인슐린 주입기(인슐린 펌프) 가운데 지투이(G2E) 사의 'DIACONN G8' 제품은 연결용 애플리케이션(앱) 프로그램인 Xdrip+, Shuggah, Spike, Glimp, Tomato, LinkBluCon 등 6종을 사용하고 있다. 이 앱은 미국 Dexcom 사와 Libre사의 CGM과 연결해 혈당값을 읽어온다.
그런데 문제는 CGM 연결용 앱 프로그램인 Xdrip+, Shuggah, Spike, Glimp, Tomato, LinkBluCon 등 6종은 현재 국내외에서 허가된 Dexcom 사와 Libre사의 CGM 등 제조사에서 공식 배포 및 공급한 앱이 아니고 의료기기용 앱으로 식약처에도 공식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Xdrip+ 등 6종 앱은 사이버보안 및 데이터 무결성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데이터로, 이를 식약처에서 허가한 지투이 사의 DIACONN G8 앱으로 사용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관련해 위험할 수 있다. 사실상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으로 환자 생명과 관련해 문제 발생 시 어느 누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심각한 문제점과 위험성이 있다.
이에 시민연대는 식약처에 지투이 사 DIACONN G8의 LGS(저혈당 주입 멈춤) 기능의 합법성 및 안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식약처는 DIACONN G8 인슐린 주입기의 LGS 기능을 이미 허가했다.
더 심각한 것은 저혈당 주입 멈춤 기능은 미국 Dexcom 사의 CGM 실시간 데이터를 사용해 만든 기능임에도 미국 Dexcom 사와 계약이나 허가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시간 데이터는 남용하면 위험성이 있어서 미국식품의약국(FDA) 컨설팅을 받아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API에서는 3시간 지연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투이 사의 DIACONN G8은 미국 Dexcom 사와 계약이나 사용 권한 허가 등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 무단으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DIACONN G8에서 사용하는 덱스콤 사의 Dexcom Cloud의 경우 위 설명처럼 정상적이지 않고 Dexcom Cloud를 제외한 다른 방법은 CGM 회사 허가 없이 데이터 통신을 사실상 해킹해 실시간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Xdrip+ 홈페이지 내용을 보면 의료결정을 위해 정보나 코드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어떤 보증과 공식적인 지원도 없다고 명시됐다. 또 CGM 회사와 제휴 및 보증을 의미하지 않는다고도 적혀 있다.
이는 사이버보안에 취약할 수 있어 해커 공격이나 CGM 제조업체에서 데이터 통신을 변경하면 DIACONN G8의 저혈당 방지 기능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저혈당 주입 멈춤 기능의 오작동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당뇨병 환자에 심각한 문제를 끼칠 수 있다.
특히 사이버보안 문제는 FDA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문제로 지난 2019년 6월 FDA에 의해 미국 매드트로닉 사 Medtronic MiniMed 인슐린펌프가 사이버보안 문제로 리콜을 당한 사례가 있다.
시민연대 이준형 사무국장은 “식약처는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인지, 정말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라며 “당뇨병 환자는 국가기관의 외면 속에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식약처와 식약처를 관리 감독하는 국무총리실은 명확한 답을 내놓고 식약처를 철저히 감독하고 바로잡아 당뇨병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라며 “식약처가 수수방관하면 앞으로 제2, 제3의 A 씨와 같은 사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