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사경제 안창현 기자 | 지난 20일 밤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서 승객의 보조배터리 문제로 이륙 직전 ‘램프리턴(Ramp Return)’을 했던 대한항공 KE448편 논란(본보 20일 자 단독 보도 ‘대한항공, 이번엔 보조배터리 리턴 논란’)과 관련해, 항공 운항 매뉴얼 개선과 법·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활주로 진입 후 다시 계류장(apron)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승객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안내를 하지 않아 기내 승객들의 불안과 공포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대한항공 기내 관계자는 “한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위탁수하물로 부쳤다고 알려와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라며 “보조배터리가 들어있는 가방을 내린 뒤 객실로 반입 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체 결함은 즉시 보고… 보조배터리 문제는 사실상 사각지대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항공안전 관리 체계의 허점도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 관계자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항공기 기술적 결함이나 고장·오작동은 즉시 관련 부서에 보고된다”라면서도 “승객 관련 사유의 경우에는 2시간 이상 출발 지연이 발생해야 보고를 받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위험물 관리 및 위탁수하물 안전관리 차원에서 항공사는 관련 사항을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라며 “이번처럼 보조배터리 문제로 지상 또는 공중 회항이 발생했을 경우 승객 상황과 함께 관련 부서에 통보·보고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매뉴얼은 없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결국 항공기 자체 결함은 즉각 보고 대상이지만, 리튬이온 보조배터리 등 위험물 문제로 인한 램프리턴의 경우 별도 보고 체계나 세부 매뉴얼이 사실상 부재한 셈이다.
특히 항공기 회항이나 램프리턴이 발생했더라도 2시간 미만 지연이면 국토부 주무 부서에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ICAO 규정상 ‘단순 지연’ 아닌 위험물 사고 가능성
문제는 국제 기준과 국내 현실 사이의 괴리다.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가 이륙 직전 램프로 복귀(Return to Apron / Return to Ramp)한 경우라도 원인이 ‘위험물(Dangerous Goods)’ 또는 ‘리툼 배터리(Lithium Battery)’ 관련 사안이라면 단순 운항 지연이 아니라 ‘위험물 발생 사건(Dangerous Goods Occurrence)’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위탁수하물에 넣은 경우는 ICAO 위험물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어 보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즉 국제 규정상으로는 위험물 관리 체계의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별도 보고 시스템이나 세부 매뉴얼 조차 미비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국제규정에 대한 이해 부족 속에 정부와 항공사가 사실상 관행적으로 운영해 온 것 아니냐”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토부 ‘보고체계 마련하겠다’… 늑장 대응 논란
국토부는 뒤늦게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라며 “앞으로는 사고나 준사고가 아니더라도 항공기 회항이나 램프리턴이 발생할 경우 항공사들이 즉시 보고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관리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램프리턴은 다양한 사유로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편”이라며 “지난해 1월 에어부산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 이후 정부 차원에서도 사활을 걸고 제도 강화와 감독, 홍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회항·램프리턴 상황에 대한 세부 매뉴얼 조차 정비되지 않은 현실에서 감독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항공 안전은 작은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아
항공 분야는 아주 작은 이상이나 실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이다.
특히 리튬이온 보조배터리는 발열·화재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대표적 위험물인 만큼, 단순 승객 민원 차원이 아니라 국제 안전 규정과 연결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지연 운항’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항공사의 보고체계·매뉴얼·승객 안내 시스템 전반이 국제 기준에 맞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항공 분야에서만큼은 관계 당국과 항공사 모두 안일한 대응에서 벗어나서 좀 더 투명하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