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사경제 안창현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전 세계 축구팬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경기장 밖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둘러싼 또 다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LA타임스는 최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멕시코와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당일, 현대자동차그룹의 공급망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의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위에는 지역사회 단체, 노동자, 환경운동가, 실종자 가족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현대차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 활동을 통해 친환경적이고 책임 있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공급망에서는 여전히 환경 및 인권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월드컵 후원으로 이미지 세탁" 주장
시위대가 문제 삼은 대상은 현대차와 기아의 철강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테르니움(Ternium)이다. 이들은 현대차가 공급망 전반에 대해 더욱 강력한 관리 책임을 져야 하며, 문제가 제기된 공급업체에 대해 명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과달라하라 도심의 플라사 데 라 리베라시온 광장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환경운동과 지역사회 권익 보호 활동에 참여하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인권변호사 리카르도 라구네스 가스카와 원주민 공동체 지도자 안토니오 디아스 발렌시아의 사진을 들고 행진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이 멕시코 내 광산 개발과 지역사회 갈등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환경단체 마이티 어스(Mighty Earth)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대차를 포함한 일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른바 '더티 스틸(Dirty Steel)' 공급망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보고서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와 공급망 전반의 인권 리스크를 지적하며 자동차 제조사들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현대차는 공급망 관리와 ESG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엄격한 공급망 실사와 관리 체계 운영"
현대차는 공식 성명을 통해 "모든 공급업체가 최고 수준의 윤리 및 환경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엄격한 공급업체 행동강령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전 세계 공급망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과 감사, 실사(Due Diligence)를 실시해 잠재적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개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수만 개의 부품과 원자재 공급업체가 연결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공급망 전체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업계에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단순히 특정 기업에 대한 비판을 넘어 글로벌 기업들의 ESG 경영이 이제는 제품 생산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환경·인권 문제까지 관리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국제사회는 탄소배출 저감, 노동권 보호, 인권 존중, 원자재 조달 과정의 투명성 등을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은 공급망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투자자와 소비자들 역시 ESG 관련 정보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시위를 주도한 단체들은 월드컵 기간 동안 추가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7월 멕시코 몬테레이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공급망과 노동권 문제를 주제로 한 집회와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시민단체는 현대차가 월드컵 경기장에 배치한 로봇의 데이터 수집 방식과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월드컵 공식 캠페인인 'Next Starts Now'를 통해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첨단 기술을 활용해 팬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관련 법규와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ESG 경영과 사회적 책임 이행에 주력해야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를 배경으로 벌어진 이번 논란은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순한 후원 활동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성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 기업의 ESG 경영이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와 투명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지난 2022년에도 주력 모델의 배기가스 조작 여부에 대해 독일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고 미국에서도 부품 납품 업체가 미성년자 노동 혐의로 노동부에 의해 고발당하기도 해 친환경과 ESG 경영을 표방하면서 속으로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컨대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하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해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 의혹을 사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앞으로 눈부신 성장 이면에 존재하는 환경·노동 문제를 세밀하게 되돌아보아야 하며,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투명한 ESG 경영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