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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올스타가 ‘동네 야구’ 잡고 금메달 잔치?

일본 사회인야구에 0-5로 무너진 한국 프로야구의 민낯

한국시사경제 안창현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를 지켜보며 계속 마음 한쪽에 남았던 의문이 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야구 인프라와 선수층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국가들을 상대로 큰 점수 차로 승리할 때마다 방송과 언론은 ‘압도적 승리’, ‘금메달 순항’이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정작 비슷한 야구 기반을 갖춘 일본을 만나자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그것도 일본프로야구 NPB의 스타 선수들이 출전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은 KBO리그에서 뛰는 프로선수 24명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국내 프로야구의 젊은 정상급 선수들을 선발하고 와일드카드까지 활용했다.

 

반면 일본은 프로선수 없이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그런데 결과는 0-5였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다.

 

한국은 9월 25일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일본 마운드를 상대로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팀 전체가 기록한 안타는 4개에 불과했고, 어렵게 주자를 내보내고도 병살타를 세 차례 기록하며 스스로 공격 흐름을 끊었다.

 

일본 선발 히구치 신은 사회인야구 선수다. 그는 한국 프로 타선을 상대로 7이닝을 던지면서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 선발 소형준은 3이닝 동안 3점을 내줬고 한국은 결국 0-5로 경기를 마쳤다.

 

더 뼈아픈 기록도 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패한 것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홍콩에는 13-0, 태국에는 18-1…그런데 일본 사회인야구에는 0-5

 

앞선 경기들을 돌아보면 이번 패배가 던지는 질문은 더욱 선명해진다.

 

한국은 홍콩을 13-0으로 꺾었다. 7회 콜드게임이었다. 투수진은 퍼펙트게임까지 합작했다.

 

태국전에서는 18-1로 이겼다.

 

물론 홍콩과 태국 선수들도 엄연한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이들의 노력과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을 ‘동네 야구’라는 표현으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가별 야구 인프라와 선수 육성 시스템, 프로리그 규모와 선수층에서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이들 나라의 투수들은 불과 100-120km/h 대의 투구 속도로 나타내, 우리나라 중학교 수준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는 10개 구단으로 구성된 프로리그가 있고 2군 시스템과 아마추어 엘리트 육성 체계가 있다. 수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고 거대한 중계권과 광고 시장이 움직인다. 선수들은 야구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다.

 

그런 한국이 프로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 야구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를 13-0, 18-1로 꺾었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그렇게 대단한 일처럼 떠들었던 것인가.

 

그리고 일본 사회인야구 대표팀에 0-5로 패한 지금, 앞선 대승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회인야구’라는 말을 ‘동호인 야구’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일본 사회인야구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장인 동호회나 주말야구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일본 사회인야구는 오랜 역사와 탄탄한 선수층을 갖추고 있으며 상당수 선수가 높은 수준의 훈련과 경기를 지속한다. 프로에 진출할 기량을 가진 선수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단순히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졌다’는 식으로 희화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질문은 그 반대여야 한다.

 

일본이 프로선수들을 아시안게임에 보내지 않고도 이 정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스포츠 구조를 갖췄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한국은 국제대회 메달을 위해 프로리그의 정상급 선수들을 대표팀에 모으는 방식에 익숙하다.

 

일본은 다른 길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번 한일전에서 적어도 결과만 놓고 보면 프로라는 명함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문제는 선수들이 아니다

 

이번 패배를 이유로 대표팀 선수 개개인을 공격하는 것도 본질에서 벗어난다.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프로선수라는 이유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구조다.

 

왜 우리는 아시안게임 야구에서까지 반드시 프로 정상급 선수들을 동원해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더구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는 한국에서 특별한 제도적 보상이 뒤따른다.

 

남자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일정 요건에 따라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더욱 무거워진다.

 

일부 국가는 프로선수를 보내지 않고, 일부 국가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섞인 대표팀을 구성하며, 야구 기반이 약한 국가와는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존재하는 대회다.

 

이런 조건에서 획득한 금메달에 국가가 병역상 혜택까지 부여하는 현행 제도가 지금도 적절한지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 3사가 경쟁적으로 보여줘야 할 경기였나

 

방송의 태도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야구의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한일전의 관심도가 높은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는 야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 방송에서 한 번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종목에서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4년을 준비해 출전한다. 어떤 선수에게는 아시안게임이 평생 자신의 경기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그런데 프로야구 선수들이 전력 차이가 큰 국가와 벌이는 예선전까지 주요 방송사가 앞다퉈 중계하면서 ‘금메달’을 강조한다면 스포츠 중계의 공공성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단순히 한국이 약한 상대를 크게 이기는 장면인가.

 

아니면 다양한 종목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경쟁인가.

 

0-5라는 점수보다 더 아픈 질문

 

일본전 0-5 패배는 한 경기의 패배일 뿐이다.

 

야구에서는 강팀이 약팀에 질 수도 있고 프로가 아마추어 선수에게 막힐 수도 있다. 그것이 스포츠의 매력이다.

 

그러나 이번 패배가 의미 있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아시안게임 야구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홍콩에 13-0으로 이겼을 때는 축제였다.

 

태국에 18-1로 이겼을 때도 금메달을 향해 순항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을 만나자 4안타에 그치며 한 점도 내지 못하고 0-5로 졌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우리가 앞선 경기에서 자랑했던 ‘압도적인 승리’의 실체는 무엇이었는가.

 

한국 야구가 정말 강한 것인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야구 기반이 약한 국가를 상대로 프로선수들을 투입해 큰 점수 차를 만들어냈던 것인지 냉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제 ‘메달 개수’가 아니라 ‘스포츠의 수준’을 보자

 

대한민국은 더 이상 국제대회 금메달 몇 개로 국가의 위상을 증명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다.

 

경제도 성장했고 스포츠 산업도 성장했다. 프로야구는 매년 천만 관중 시대를 이야기할 정도로 거대한 산업이 됐다.

 

그렇다면 스포츠 정책과 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변할 때가 됐다.

 

엘리트 선수 몇 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는 것만이 스포츠 강국의 기준은 아니다.

 

어린이들이 쉽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지역마다 활성화된 스포츠클럽,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의 연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시설, 나이가 들어서도 일상적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일본 사회인야구 대표팀에 당한 0-5 패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프로선수를 더 많이 뽑고 더 강한 대표팀을 만들어 다음 경기에서 일본을 이기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스포츠가 지나치게 ‘엘리트-메달-국가적 성취’라는 오래된 공식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당연히 값진 성취다.

 

그러나 모든 금메달의 경쟁 환경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누구와 경쟁했고, 상대국은 어떤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으며, 어느 정도의 경쟁 속에서 메달을 획득했는지를 함께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그 메달에 병역 혜택이라는 특별한 보상을 연결한다면 그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검토돼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 대표팀의 일본전 0-5 패배가 아픈 이유는 단순히 한일전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금메달’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애써 보지 않았던 아시안게임 야구의 불균형을 점수판이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홍콩과 태국을 크게 이겼다는 사실보다 일본 사회인야구를 상대로 한 점도 뽑지 못했다는 사실이 어쩌면 지금 한국 야구에 더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약한 상대를 크게 이기는 것이 스포츠 강국의 증거는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 스포츠가 자랑해야 할 것은 ‘금메달 몇 개’가 아니라, 얼마나 넓고 튼튼한 스포츠 생태계를 만들었는가여야 한다.

 

그리고 0-5라는 점수판은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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