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사경제 김숙영 기자 | 경상국립대학교 공과대학 에너지공학과 정현영 교수팀이 리튬황(Li-S)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이온 전도성 능동형 바인더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두꺼운 황 전극에서도 전극 내 이온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활성 바인더의 이온 트레이드오프 전략을 제시해 리튬황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리튬황 배터리는 약 2,600Wh/kg의 이론적 에너지밀도를 가지며,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 7~10배 높다. 또한 지구상에 6번째 풍부한 유황의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차세대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부는 차세대 전지 초격차 R&D 전략(23년 4월, 관계부처 합동)의 27대 핵심기술로써 혁신적 효율․성능 향상을 위한 황 전극을 활용한 리튬황 배터리 기술을 차세대 전지 시스템으로 선정했다. 또한 2023년 8월, 국가전략기술 이차전지 R&D 로드맵을 수립하여 차세대 이차전지의 핵심기술을 전고체전지, 리튬금속전지, 나트륨이온전지와 함께 리튬황 배터리를 4대 기술 분야로 지정하여 이차전지의 기술 패권 경쟁을 주도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태양광 드론에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해 성층권 고도에서 13시간의 시험 비행을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드론의 운행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용량을 더욱 늘리고, 에너지 밀도를 한층 개선하는 동시에 수명 주기를 연장하는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극 내 유황의 사용량을 늘리고 전해질 사용량을 줄여야 하지만, 유황 사용량 증가에 따라 전해질 사용량도 함께 늘어나는 기술적 난제가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현영 교수팀은 이온 전도성이 부여된 활성(active) 바인더를 활용한 이온 트레이드오프 전략을 통해 리튬황 배터리의 성능을 대폭 보완했다. 이 활성 바인더는 물에 녹는 수계고분자에 직접 리튬이온을 결합한 것으로 전해질의 양이 매우 적은 희박 전해질에서도 전극에 리튬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이온 전달 저항을 줄이고 황 전극의 반응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두꺼운 전극에서 발생하는 이온 불균형 문제뿐만 아니라 폴리설파이드 용출 문제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기존 바인더는 전극 소재에서 접착제 역할을 할 뿐 오랫동안 전극 성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패시브(passive)한 소재로 간주되어 왔다.
정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리튬황 배터리는, 두꺼운 황 전극(8.1mg/cm²)에서도 1,020mAh/g의 용량을 달성했으며, 이는 상용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약 5배 높은 수치이다. 또한 전해질의 양은 기존(~30μL/mg) 대비 4μL/mg로 약 1/7배 적게 사용했고, 1,000회 이상의 충·방전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교신저자인 정현영 교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드론 등 고성능 무인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리튬황 배터리 연구에서 중요한 기술적 진보를 이뤘다고 밝혔다.
정현영 교수는 “리튬황 배터리 분야 연구의 85%를 중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의 연구 비중은 약 6%에 그치고 있다”라며 “중국이 상용화 목표에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은 기술 개발과 혁신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차세대배터리 경쟁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최상위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 (IF=16.8) 최신 호에 ‘실용적인 희박 리튬-황 배터리를 위한 후막 황 양극의 가역적 리튬 이온 트레이드오프(Reversible Li-ion trade-off in ultrathick sulfur cathodes for practical lean Li–S batterie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